어제저녁,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습관처럼 카카오 T 앱을 열어 택시를 호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택시에 올라탔고, 운전석에 앉은 기사님은 익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비게이션 안내 따라갈게요."

 

평소라면 무심코 흘려들었을 그 말이, 어제는 유독 귓가에 선명하게 꽂혔다.

기사님은 능숙하게 스마트폰 거치대에 꽂힌 내비게이션 앱을 확인하며 운전을 시작했다.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기계적인 목소리와 그 지시에 따라 정확하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기사님의 모습. 그 순간, 머릿속에 작은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 이 과정에서 기사님의 역할은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수행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굳이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택시 운전이 단순히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 행위만은 아닐 거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고,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며, 때로는 승객과 소통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탔던 그 택시 안, 정해진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따라가는 그 과정만을 놓고 보면, 인간 운전자의 역할이 상당히 기계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내비게이션 앱은 이미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제안한다. T맵, 카카오내비 같은 앱들은 수많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기사님이 "내비 따라갈게요"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경험이나 직관보다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을 더 신뢰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알고리즘의 지시를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아닌 기계, 즉 자율주행 시스템일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만약 자율주행 택시가 상용화된다면 어떨까? 앱으로 차를 호출하면, 운전석이 비어있는 (혹은 아예 없는) 차가 다가온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는 가장 최적화된 경로를 따라 스스로 움직인다.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나 안전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적어도 '경로 탐색 및 주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인간 운전자보다 더 일관성 있고 효율적일 수 있다. 교통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감정적인 요인이나 피로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24시간 운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

 

어제 택시 안에서의 경험은 마치 미래의 한 장면을 미리 본 듯한 기분이었다. 인간 운전자가 당연했던 시대에서,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의 보조자'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거쳐, 마침내 운전석 자체가 사라지는 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

 

기사님의 무심한 한마디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맞이할 거대한 변화의 작은 예고편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기술적인 완성도, 사회적 합의, 윤리적 문제 등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비 따라갈게요'라는 말이 일상적인 요즘,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단순히 SF 영화 속 상상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변화의 초입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