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치프(MSCHF). 이 여섯 글자를 들으면 머릿속에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는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아트 컬렉티브라고 하기엔 너무 상업적이고, 브랜드라고 부르기엔 지독히 반항적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대신, 세상이 자신들을 놓고 갑론을박하게 만든다. 브루클린 어딘가에 둥지를 튼 이 정체불명의 집단은 마치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색깔을 바꾸며 우리의 예상을 배반한다. 이름 그대로, 유쾌하지만 때론 날카로운 '장난(mischief)'을 통해 세상에 균열을 내는 것이 이들의 존재 이유처럼 보인다.

 

시작: 아이디어와 자본의 기묘한 동거

2016년, 전 버즈피드 직원이던 가브리엘 웨일리(Gabriel Whaley)가 주축이 되어 미스치프는 시작됐다. 하지만 웨일리 혼자 이 모든 일을 벌이는 건 아니다. 디자이너, 개발자, 아티스트, 전략가 등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모여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실행에 옮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반항아 같은 집단이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로부터 상당한 투자를 유치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복판에서 그 시스템을 조롱하고 비트는 아이러니. 어쩌면 이 또한 미스치프가 설계한 거대한 장난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돈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돈이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허점과 인간의 욕망을 들추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 같다.

 

드롭: 예측 불가능한 기다림의 미학

미스치프의 활동 방식은 '드롭(drop)'으로 요약된다. 특정 시간, 그들의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예고 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나 제품이 공개된다. 다음 드롭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카운트다운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 마치 비밀 작전처럼 물건을 내놓는 방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벤트가 된다. 사람들은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다리고, 마침내 공개된 결과물에 열광하거나 당황한다. 이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미스치프를 따라가는 경험의 핵심이다. 한정된 수량,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지금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희소성은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전통적인 마케팅 문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 방식은 오히려 더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낸다.

 

논란의 중심: 주요 작업들 다시 보기

미스치프의 포트폴리오는 논란과 화제의 연속이다.

 

  • 예수 신발 & 사탄 신발: 이 두 작업은 미스치프를 세상에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나이키 에어맥스 97이라는 동일한 캔버스 위에 성수와 피(가 섞인 잉크)라는 극단적인 상징물을 주입했다. 신성함과 불경함, 상업주의와 종교적 상징이 뒤섞이며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사탄 신발은 래퍼 릴 나스 엑스와의 협업, 666켤레 한정판, 실제 피 사용 논란 등으로 파장을 키웠고, 결국 나이키로부터 상표권 침해 및 희석화, 불공정 경쟁 등의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소송은 미스치프가 사탄 신발을 자발적으로 회수하는 조건으로 합의되었지만, 이 과정 전체가 미스치프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이자 홍보 기회가 되었다.
  • 버킨스탁: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해 만든 샌들. 가장 비싼 모델은 7만 6천 달러(약 1억 원)에 달했다. 이는 명품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희소성과 상징성이 부풀려진 가격을 정당화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극단적인 럭셔리 해체는 동시에 자원 낭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소비 자본주의의 정점을 겨냥한 도발임은 분명했다.
  • 세버드 스팟: 현대 미술의 아이콘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을 구매한 뒤, 작품의 '점' 88개를 각각 오려내 개별 판매했다. 원작의 가치, 예술 작품의 소유권, 그리고 미술 시장의 메커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행위였다. 과연 점 하나도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인가? 아니면 전체가 해체된 순간 의미를 잃는가?
  • 빅 레드 부츠: 기능성이나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거대한 빨간 부츠. 이 비현실적인 디자인은 즉각적으로 밈이 되어 소셜 미디어를 점령했다. 사람들은 이 부츠를 신고 넘어지거나 기묘한 포즈를 취하는 영상을 공유하며 즐거워했다. 미스치프는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제품의 가치가 기능보다 '이미지'와 '화제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스코픽 핸드백: 루이 비통의 온더고(OnTheGo) 토트백 디자인을 모방해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크기로 만들었다.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이 가방은 패션과 브랜드 로고가 지닌 상징성이 실제 사용 가치와 얼마나 분리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가방은 경매에서 약 6만 3천 달러(약 8천7백만 원)에 낙찰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 ATM 리더보드: 마이애미 아트 바젤 기간 중, 현금 인출기(ATM)에 특수 기능을 추가해 돈을 인출하는 사람의 계좌 잔액과 함께 순위를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골적인 단면, 부의 과시와 금융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는 유쾌한 사회 실험으로, 누군가는 저속한 관음증이라 비판했다.
  • 온리백스(OnlyBags): 명품 브랜드 쇼핑백과 똑같이 생긴 비닐봉지를 99센트 샵에서 파는 싸구려 비닐봉지처럼 판매했다. 로고와 브랜드 이미지가 상품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비꼬는 작업이었다.

 

미스치프를 경험한다는 것

미스치프를 따라가는 것은 단순한 브랜드 소비 경험과는 다르다. 다음 드롭을 기다리는 설렘과 불안감, 공개된 작업물에 대한 즉각적인 해석과 토론 참여, 그리고 그 결과물이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지켜보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미스치프 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증폭시키는 장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작업은 종종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우리가 속한 시스템과 문화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든다.

 

트롤인가, 아티스트인가? 끊이지 않는 논쟁

미스치프를 향한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누군가는 이들을 현시대 가장 첨예한 문화 비평가이자 아티스트 그룹으로 칭송한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이들을 단순히 논란을 이용해 돈을 버는 영리한 트롤(troll) 집단, 혹은 냉소주의에 빠진 관심종이로 폄하한다. 비싼 제품을 파괴하는 행위(버킨스탁)에 대한 윤리적 비판, 환경 문제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 모든 논쟁을 예상하고, 심지어 즐기는 듯한 미스치프의 태도는 이들을 더욱 정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작업이 매번 '이것이 예술인가?', '상품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에 열광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시대의 거울, 미스치프의 의미

결국 미스치프는 현시대를 비추는 가장 흥미로운 거울 중 하나다. 이들의 작업은 소비 자본주의, 브랜드 숭배, 디지털 바이럴 문화, 예술과 상업의 경계, 지적 재산권 문제 등 동시대 우리가 마주한 다양한 이슈들을 건드린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신랄하게, 그들은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질문을 던진다. 미디어를 활용하고 여론을 움직이는 방식은 가히 천재적이다.

미스치프는 스스로를 한 가지 틀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계속해서 경계를 넘나들고, 예측을 벗어나며, 우리를 당황시킬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미스치프의 다음 '장난'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사회의 감춰진 욕망과 모순을 드러낼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다음 드롭 역시 세상을 향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질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켜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