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직장인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상황을 업데이트 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자리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잘만 하면 협업과 성장의 좋은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에 계획된” 회의가 아니라, 아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회의는 문제가 된다. 솔직히 반갑기보다는 당혹스럽거나 짜증스러울 때가 더 많다. 마치 한창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데 누군가 예고 없이 불쑥 찾아와 말을 거는 느낌이다. 이런 계획 없는 회의가 왜 우리를 힘들게 하고, 결국에는 해가 되는지 몇 가지 이유를 찬찬히 짚어본다.
준비 부족
회의의 성패는 사실 시작 전에 결정될 때가 많다. 미리 안건을 공유하고 참석자들이 각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때 비로소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계획 없이 갑자기 소집된 회의는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참석자들을 그저 “멍”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참고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중요한 의견을 말해보라는 요청에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날카로운 지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혹시 중요한 내용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다. 결국 정보 공유, 아이디어 교환이라는 회의 본연의 목적은 흐려지고, 오히려 불신만 쌓일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회의 자체에 대한 피로감과 냉소만 남게 된다.
시간, 집중력 도둑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자원이다. 특히 마감이 정해진 업무를 하는 직장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계획된 회의라면 미리 업무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조금 줄이거나, 아침 일찍 나와 미리 일을 처리하는 식으로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회의는 이런 대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몰입해서 처리하던 일의 흐름은 가차 없이 끊기고,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는 뒤로 밀린다. 더 큰 문제는 회의 시간 내내 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정작 회의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요한 정보나 결정 사항을 놓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회의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자신의 일은 일대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계획된 회의보다 훨씬 더 큰 생산성 저하를 불러오는 셈이다. 단순히 업무 시간이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심리적인 압박감과 분산된 집중력이 업무 효율을 갉아먹는다.
표류하는 대화
잘 짜인 안건 없는 회의는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다.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지, 얼마나 걸릴지, 누가 회의를 이끌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혼란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불쑥 꺼내다 보면 대화는 금세 중구난방이 된다. 누군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려 해도, 명확한 역할이나 규칙이 없으므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그래서 우리가 뭘 결정했지?” 하는 허무함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명확한 목표 없이 모이면, 그저 시간만 함께 보낸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비용
계획 없는 회의는 단순히 시간과 생산성 문제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숨어있다.
- 몰입 파괴: 깊이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호출은 개인의 몰입 상태를 깨뜨린다.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 심리적 불안감: 언제 또 불쑥 회의가 잡힐지 모른다는 생각은 은연중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 존중의 문제: 특히 상급자가 별다른 고민 없이 “잠깐 모이자”고 할 때, 이는 구성원들의 시간과 업무 리듬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조직 내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 회의하는 척하는 문화: 때로는 실제 성과를 내기보다, 회의 자체를 “일하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계획 없이 자주 모이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을 감추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정말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거나, 아주 잠깐 관련자 몇몇이 모여 빠르게 확인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모든 즉석 만남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회의는 “의도”를 가지고 신중하게 계획되어야 한다.
이 회의를 왜 하는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미리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사람만 참석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혹시 모르니 일단 부르자”는 피해야 한다.
참석자들이 내용을 숙지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최소 하루 전 공지는 기본이다. 그리고 회의가 언제 끝날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참석자들의 시간 관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꼭 실시간 회의가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메일, 메신저, 협업 툴을 통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으로 충분히 해결될 문제도 많다.
결국 회의는 함께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명확한 목표 아래 효율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획 없는 회의가 주는 피로감에서 벗어나, 정말 필요하고 의미 있는 “만남”을 만들어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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